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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미운오리’서 ‘백조’로…
2018/02/18 09: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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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jpg▲ 지난 10년 동안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김미화가 최근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김미화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일명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인사들이 하나둘씩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배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 여기에 이름이 올랐던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행사가 취소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간 인물 숫자는 MB(이명박)정부 때 82명이었다가, 박근혜정부 때 24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무대를 뺏겼지만, 정권이 바뀌며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그동안의 설움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는 최근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것은 2008년 즈음이다. 당시 김미화는 MB정부가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것을 두고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이명박정부는 이때 ‘좌파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연예인들의 ‘밥줄’을 끊었다.

김미화는 2003년부터 8년간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 중이었는데, 2011년 4월 MBC 본부장과 국장이 ‘라디오가 요즘 시끄럽더라. 다른 프로로 가도 되지 않느냐’라며 하차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후 2011년 7월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으로 컴백했으나, 논문표절 논란으로 2013년 3월 25일 하차하게 됐다. 그리고 2013년 9월 MBN ‘김미화의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방영 한 달 만에 종영됐다.  

지난해 들어서 김미화는 ‘MB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깨닫고, “라디오를 진행할 때 어떤 사람들이 와서 대본을 보자고 했다. 생방송을 하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지금 추정하기로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아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하며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김미화는 ‘해직 언론인’ 출신인 최승호 MBC 사장 체제가 되면서부터 다시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김미화는 MBC ‘이슈를 말하다’ 시즌2의 첫 게스트로 방송에 얼굴을 내비쳤고, ‘복면가왕’에도 출연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각종 방송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MBC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 박경추 아나운서, 허승욱 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김미화를 출연시켰다. 비전문인으로서 스포츠 중계방송에 출연한 것부터 이슈를 모았다. 반면 부족한 멘트와 함께 정치적 소신을 일부 드러내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방송인 김제동 또한 MB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그는 이후, MB 블랙리스트 정체가 세상에 드러난 뒤 국정원이 자신을 향해 압박을 행사했던 사례를 알렸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 나타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제 사회를 보지 말라’며 압박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또한, MB정부 국정원은 2010년 인적 쇄신과 편파프로그램 퇴출 등이 담긴 ‘MBC 정상화 방안’을 내놓고 MBC를 ‘장악’했다. 당시 MBC는 ‘오마이텐트’를 기획하고 김제동을 섭외했다. 때는 김제동이 KBS ‘스타 골든벨’ 마지막 방송 촬영을 하던 무렵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김제동이 진행하던 KBS ‘해피투게더’ 촬영도 갑자기 취소됐다.

이후 ‘오마이텐트’는 갑자기 사라졌다. MBC 노조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이 김제동 소속사의 김영준 대표에게 전화해 “김제동을 자제시켜라. ‘오마이텐트’ 그게 방송이 될 것 같냐”고 압박을 가했다.  

이렇게 방송계에서 배제당했던 김제동은 지난해 MBC 총파업을 응원했다. 그는 “MBC는 김장겸 씨의 것이 아니다. 김장겸 씨는 전세 사는 사람이고, 집주인은 당신들(문화방송 사원들)”이라며 김장겸 전 사장 퇴진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토크쇼와 지역 강의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던 김제동은 다시 MBC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MBC 측은 현재 ‘굿모닝 FM’ DJ 노홍철 후임으로 김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김제동은 종편 프로그램 진행자가 ‘방송 활동이 뜸한 이유가 뭐냐’라고 질문하자 “지금 몇 년 만에 나왔는지 모르겠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말고 다른 방송에 나온 게 굉장히 오랜만이다. 제가 바빠서 못 나온 거다. 그런 걸로 해두자”며 말을 아꼈다.

방송계뿐 아니라 문화계에서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인사들을 배제했다. 탁현민 당시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는 지난해 “(18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지자 명단에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리스트에 오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탁 교수는 자신이 진행하려는 공연의 대관이 불허되거나 맡기로 했던 예술감독 혹은 연출의 일이 갑자기 바뀌거나, 허가됐던 대관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 콘서트 기획을 도맡아 했었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은 탁 행정관이 논란을 빚어도, 자신을 지지하다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갔기 때문에 함부로 경질시키지 않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을 하지만, 탁 행정관은 “힘들었던 사실을 문 대통령에게 전한 적도 없고, 대통령이 어떤 자리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외에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치 풍자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피해자로 살아 왔다. 한 연극배우는 “무대에 서지 못하니 풀타임 아르바이트로만 먹고산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뀌면서부터다. 한 코미디언은 박근혜정권 당시 정치풍자 개그를 하다가 프로그램에서 잘리고 행사도 끊겼다. 그는 최근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행사 섭외가 밀려온다”면서 “웃어야 하는데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배우 문성근은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가 김규리였다고 지목했다. 김규리는 2008년 광우병 논란 때 ‘미국 수입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라고 발언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후 그는 작품을 계약하기 전날 계약 취소 통보를 받거나, 감독이 캐스팅을 결정했지만 위에서 말이 나와 성사되지 않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리는 최근 새로운 소속사 ‘씨앤코ENS’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또한, 평창 올림픽 홍보영상의 내레이션 재능기부를 하고, 올림픽 리셉션 사회를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극장 내 식당에서 박근혜정권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적 성향이나 의사 표현 때문에 지원 차별이나 표현의 권리를 억압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명옥 기자 lmo050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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